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Vagabond/여행사진에세이

샤모니 몽블랑 스키 여행, 프랑스, Chamonix Mont Blanc, France, March, 2017


시간이 오래 지나도 잊히지 않는 몇 개의 여행지들이 있다. 샤모니가 그렇다.

지금도 이따금 명상을 하다가 내게 좋은 모양의 공기를 떠올려야 하는 순간에는 샤모니를 떠올리곤 한다. 내가 살면서 머물렀던 공간 중 이토록 평화롭고 동화 같던 곳이 또 있었을까.

 

 

 


처음 샤모니에 도착해서 자욱한 안개 속에 인적 하나 보기가 힘든 풍경을 조용히 내 숨소리만 들어가며 보고있던 그 때의 순간들이 떠오른다. 핸드폰 카메라 소리마저 거슬려서 몇 장 찍지 않았다.

 

 

 


샤모니의 중심 번화가로 나오면 관광객과 현지인들을 볼 수 있다. 이런 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몽글하고 맑은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까 라는 타지인의 환상이 계속 된다.

 

 

 


샤모니에는 스키나 보드를 렌탈할 수 있는 샵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. 거의 100미터 당 하나씩 본 것 같다.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키장이다. 스키복이나 장비 렌탈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. 옷이랑 장비 다 합쳐서 한화로 6~7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.

 

 

 


샤모니는 하루에도 수 번 씩 하늘이 변화무쌍하다. 지구 끝이라도 보여줄 기세로 청명하게 푸르다가도 어느새 안개가 산신령 살 법한 골짜기마냥 생기기도 하고, 살면서 본 적 없는 그런 눈이 내리다가도 또 한없이 조용히 별이 쏟아지는 밤 하늘이 드러나기도 한다.

 

 

샤모니 풍경, chamonix, 2017

 


보정이나 필터 하나 없이 핸드폰으로 촬영한 맑은 샤모니의 하늘 사진. 내가 보고 기억하던 풍경 그대로를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.

 

 

 


이곳은 해가 빨리 진다. 어스름한 초저녁의 샤모니를 걷다 보면 지금이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 시간인가 하고 도통 헷갈린다. 시간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을 만큼의 동화 같은 비현실적 풍경이 그 혼란에 큰 몫을 했다.

 

 

 


이곳의 고요하고 하얀 풍경 한 가운데서 넋을 놓고 있다 보면 가끔 마주하는 차들의 모습마저 낯설어질 때가 있었다. 차들을 보고서야 이게 현실이구나를 느꼈던 것 같다.

 

 

 


샤모니에서 탄 스키는 평생에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. 내가 겨울 스포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 감사할 지경이었다.

현실감 없는 그 설경 안에서 작고 얇은 두 개의 막대기에 몸을 지탱해서 스르르 미끄러져 나갈 때마다 온 몸을 향해 달려오던 그 산과 눈과 공기들이 환희였다. 숨에 차서, 가슴이 벅차서 헉헉거리는 내 숨소리만 들어도 신이 났다. 체력만 된다면, 시간만 넉넉히 있었다면 그렇게 거기서 온 종일 머무르고 싶었다.

 

 

 


살다가 언제쯤 다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.

 

 



마지막 사진은 몽블랑 맥주로 마무리한다.